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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바르와 비르발의 재치, 네번째

아크바르 황제와 무굴제국

by 강이성 2020. 8. 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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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아는 자, 모르는 자

 

어느 옛날, 황제가 비르발에게 명하길 감사할 줄 아는 동물과 감사할 줄 모르는 동물을 하나씩 데려오라 하였다. 비르발은 머리를 쥐어짰지만 묘수가 보이지 않았다. 아크바르는 성에 못 이겨 만일 그가 다음날 일몰까지 어명을 수행치 못하면 사형에 처하리라 명했다.

모든 대신들은 중대한 국면임을 깨달았다. 비르발의 정적들은 그에게 닥칠 죽음을 예상하며 즐거워했다. 궁정회의는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해산했다. 비르발은 뾰족한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 침상에 누웠다. 그의 영리한 딸이 그의 얼굴에서 근심을 읽어내고는 무엇에 그리 고민하는지 알려주길 청하였다. 비르발이 전부 털어놓고 머리를 떨구자, 총명한 딸아이가 대답했다, “애들 장난이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발. 내일 아침 제가 훈수를 좀 둘게요.”

딸의 영특한 재주를 알기에, 딸의 응원으로 비르발은 걱정을 털어냈다.

다음날 그가 궁정에 갈 채비를 하자, 딸은 그에게 그의 사위와 개를 데려가라 일렀다. 그것만으로도 비르발의 총기에 다시 날이 섰다. 그리하여 그는 사위와 개를 대동하고 어전으로 나아갔다.

대신들 모두가 숨을 멈추었다. 다들 그의 재치가 바닥났다고 생각했다. 황제는 궁정에 들어온 개한 마리를 보고 흥분했다. 그는 자신이 명한대로 두 마리 동물을 데려왔는지 비르발에게 물었다. 비르발은 깊은 경의를 표하고 평온하게 대답했다, “여기 분부하신대로 두 마리 동물이 있사옵니다, 폐하.”

동물들이라고!” 바드샤*가 고함을 질렀다, “짐 앞에서 장난질이라니 얼마나 뻔뻔한게냐?”

고정하십시오 폐하,” 비르발이 공손히 대답했다, “장난이 아닙니다, 제 진정을 알아주소서. 부디 귀를 기울여 주시길. 두 마리 동물 중 하나는 저의 사위입니다. 그에게는 고르고 고른 선물을 쏟아부었건만, 이 탐욕스러운 자는 만족할 줄 모르는 데다 결코 감사할 줄도 모릅니다. 이 개는, 반면에, 감사의 화신입니다. 이 녀석은 폭풍 속이든 햇살 아래든 제 주인의 곁에 있을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제 주인의 목소리를 따를 테고 등 돌려 도망치지도 않을 테지요.”

비르발의 설명에 만족한 바드샤는 그 사위를 처형하라 명했다. 그의 영토 내에 감사할 줄 모르는 영혼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처형인이 어명을 수행하려는 찰나 비르발이 외쳤다, “기다려 주십시오, 폐하. 그 어명은 저희 모두에게 해당합니다. 저희 또한 누군가의 사위이니까요.”

황제는 이 촌극을 진심으로 재미있어 했고 비브발에게는 재치있는 대답에 대한 멋진 포상을 내렸다.

 

*바드샤Badshah : 무굴 제국 황제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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